광야의 예언자, 문정현 신부
매일 아침 11시,
강정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는 <강정생명평화>를 위한 미사가 봉헌된다.
이 미사의 주례는 전국에서 달려온 신부들이 담당한다.
미사를 주례할 신부가 없을 때는 문정현 신부가 담당한다.
다른 신부가 미사를 주례할 때,
문정현 신부는 해군기지 공사장 입구에서 미사에 함께 한다.
그는 미사전례 중에서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마이크를 잡고 큰 소리로 “평화를 빕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 강정천이 흐르는 옆의 공사장 출입구에서
공사차량 입구를 막고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다른 신부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평신도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평화를 빕니다”를 외친다.
영성체 시간이 되면 문정현 신부는 성체를 모신 성합을 모시고,
도로를 걸어 와서 공사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는 일행들에게 성체를 나눈다.
미사가 끝나면 일행들은 ‘묵주의 기도’를 바친다.
‘묵주의 기도’를 바친 후에 문정현 신부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구럼비의 노래로 잘 알려진 “일강정”이라는 노래를 일행들과 함께 합창한다.
일흔이 넘은 노사제는
일생을 통해 가난한 자, 억울한 자, 눈물 흘리는 자들 편에 서서 살아왔다.
1970년대 유신정권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남이 가지 못하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그 누구에 의해 등을 떠밀려 걸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한 길이었다.
그가 지금 지팡이를 짚고 편치 못한 걸음을 걷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유신정권에 의해 조작된 ‘인혁당사건’으로 밤새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고
시신을 실은 버스가 화장장으로 향할 때,
그는 그 버스 밑으로 들어갔다.
그 때 생긴 생채기가 그를 평생 장애인으로 만들었다.
문정현 신부는 강정에서도 공권력에 떠밀려
삼발이(테트라포트) 아래로 추락하여 중상을 입기도 하였다.
그는 명동성당의 한 모퉁이에서 시작한 서각 작업을
강정에서도 아침저녁으로 시간이 허락하는 한 계속했다.
불행히도 8월11일 밤, 서각작업 중에 사고를 당해
몇 개의 왼손가락 절단 봉합수술을 받았다.
적어도 3주는 입원해야 한다고 한다.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또한 잘 이겨내시리라 믿는다.
그는 가톨릭 사제로서 억압받고 소외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나누고
민주주의와 인권, 생명과 평화를 위해 노력해 온 점 등이 높이 평가돼
2012년 광주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때로는 분노하는 들판의 사자처럼
때로는 들판의 목동처럼 자애로우신 문정현 신부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한 면을 읽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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