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사람이 한울이다⑧]
여기서 잠들게 해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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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5지구를 아십니까?
만덕5지구는 1970년대 부산 동구와 영도구 주민들이 강제 이주되어 형성된 마을입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부산의 무허가 판자촌에 대한 도시 정비 사업으로 강제 이주를 결정합니다.이에 따라 주민들은 상학산 아래 황무지였던 만덕에 2호 연립주택과 4호 연립주택을 20년에서 3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분양받고 이주하였습니다.
이곳으로 이주했을 당시 주택은 정부의 약속과는 다르게 정상적인 주택이 아니었습니다. 건물은 골조만 해놓고 내부공사는 전혀 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주택의 대문조차도 없었습니다. 전기와 상수도 시설도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촛불을 켜놓고 밤을 지새야 했고, 돈이 없어 문을 달지 못한 사람들은 엄동설한의 혹독한 겨울을 온 가족이 이불 속에서 떨며 지내야만 했습니다. 당시 입주자 중에는 내부 공사를 할 자금이 없어 권리금을 받고 팔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매월 상환금을 꼬박꼬박 갚으면서 내 집을 지키고 마을을 일구며 살아온 곳이 만덕5지구입니다.
부산시는 1천5백32가구가 살고 있는 만덕5지구를 2001년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지정하였습니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3천145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었습니다. 주거환경개선지구란 도시 저소득 주민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서 정비 기반 시설이 열악하고 노후, 불량 건축물이 과도하게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사업입니다.
그러나 만덕5지구는 도시 정비가 그 어느 곳 보다도 잘되어 있습니다. 주택은 비록 노후하였지만, 사람 사는 데 전혀 불편함 없이 잘 손질된 곳이기도 합니다. 신작로와 같이 넓은 도로망은 ‘왜 이곳을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지정하였을까?’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합니다. 또한 당시 주민들에게 ‘헌 집 주면 새 집 줄게’라는 사탕발림으로 주민들의 동의를 받았지만, 이 사업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합병으로 차일피일 미루게 됩니다. 이로 인하여 주민들에게 지급해야할 보상금 지급 기간도 3년이나 늦어졌습니다.
원래 보상하기로 한 시점에서 보상이 이루어졌다면 인근 24평 아파트에 입주가 가능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부동산과 물가의 폭등으로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이곳의 주민 대다수는 70~80세의 어르신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이곳에서 자식들을 공부시켰고, 출가시켜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인근 구포시장에서 노점상으로 생계를 꾸려왔던 어르신들은 쥐꼬리만한 보상금으로 내 집에 쫓겨나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닐 수는 없다며 현실에 맞는 보상을 해줄 수 없다면 차라리 “여기서 잠들게 해주소”라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만덕’이란 말은 ‘만가지 덕을 얻은 사람들’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덕으로 일군 마을입니다. 그 분들이 백발의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지팡이를 짚으며 시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부산 시청에서 ‘1인 시위’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꿈꾸는 박근혜정부의 구호가 맞고 정당하다면, 만덕5지구 주민들이 행복한 나라를 꿈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람 냄새 나는 올곧은 정책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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