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지 말라고 누가 그러디?


 아,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 들어왔다. 마음을 먹기 전에 사람들은 나에게 참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특히나 ‘그래도 내가 다녀봤으니까 하는 이야기인데, 대학 가도 별거 아니야.’의 맥락의 이야기들을. 이제, 들어왔으니까 그들의 이야기를 한번 판단 해 보자.


 이제 보름정도 다녔지만 아주 할만 하다. 듣는 수업들도 아주 맘에 들고, 대학에서만 볼 수 있던 분위기도 괜찮다. 정기적으로 재잘대는 소리하며, 나무랄 것 없는 도서관에, 맘껏 쓸 수 있는 컴퓨터에, 밥도 싸고. 뭐, 등록금을 생각하자면 가성비 아주 탁월하진 않지만 아주 적당하고, 등록금을 생각해서 아주 쪽쪽 뽑아 쓰려고 노력중이다. 

 교수님들께 죄송한 이야기지만 수업 내용은 다른 곳에서 들은 특강과 다를 바가 없었고.( 다른 점은 학점이 달려 있어서 집중도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 심지어는 너무 부산스러우셔서 도대체 집중이 되지 않는 수업도 있다. 

 보름 정도 다닌 중에서 특별히 깨달은 것은 수업에서 들은 것 보다 내주는 과제 폭탄에서 얻는 것 들이 더 많다. (돈 주고 숙제하러 온 것도 아니고) ‘우리가 떠 먹여 주는 것 보다 너희들이 직접 알아 와라’ 라는 교수님들의 취지 같다. 얼마 전에는 어찌하다가 팀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혼자 하는 것 보다 더 많은 머릿수만큼 더 나은 디테일과 자료의 정확도, 수준까지 모두 상향되어서 혼자 하는 것 보다 매우 힘들었다. 10분 발표를 위해 일주일을 바친 꼴인데, 힘들긴 힘들었지만 그렇게 얻은 지식으로 보상은 충분히 받았다. 과제의 압박감은 무겁지만 그래도 기꺼이 받아들일 만 하다(안 받아 들일 방법도 없고). 대학 지식의 중심은 과연 이 과제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콩깍지가 쓰인 것 인지는 모르겠지만, 전공서적도 재미있고, 내주는 텍스트들도 재미있다. 내 습성상 시간이 닥쳐서야 읽는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어쨌든 재미있다. 


 자, 이렇게 내 이야기를 보고 대학 갈까 말까 하는 사람들의 고민에 도움이 되었을까? 아님 다시 내 이야기에 반발을 들 사람들도 있을 테고, 중간고사 때는 이런 이야기를 한 나를 한대 때렸음 할 마음도 들지 않을까 싶다. 등록금이 비싼 것도 맞다, 그런데 꼭 등록금만 비싸다고 이야기 할 건 아니다. 사교육비도 만만찮게 비싸니까. 등록금엔 학교 안의 방대한 도서관 이용료와(동네도서관과는 댈 것이 아님), 공용 프린터기 이용료, 컴퓨터 이용료, 암튼 그런 것 들이 다 들어가 있으니까 꼭 손해 볼 장사도 아니다. SK그룹이 한국 이동통신을 인수함으로써 그들에게 큰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등록금을 들여서 들어가도 무방할 것 같다. 아직까지는 교수들의 축적된 지식을 대학만큼 밀접하게 들을 수 있는 곳도 없다. 


 나에게 ‘내가 가봤으니까 알아, 대학 안가도 괜찮아.’ 라고 말했던 분들은 도대체 학교를 어떻게 다녔던 걸까.


 

[ⓒ월간신상하& http://kpaf.kr / 신상하 기자 mandyshin1329@gmail.com/기사는 그대로, 재배포는 맘대로!]

 





Posted by 어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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