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혼자 소주
작년 이맘때, 사회적 커리큘럼상 19살에서 20살으로 넘어갈 때는 무엇이든 변화가 있어야 했는데, 나는 이렇다 할 계획이 없었다.
그럴 적에 오랫동안 내가 한심해 보였던 엄마와,웬만한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내 머리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서 선뜻 나서지 못한 내가 대화를 하면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은 등을 돌려 씩씩대는 생활이 몇 차례 반복 됐다. 그리고 견디다 못 한 엄마가 중국어 입시 학원을 등록했다. 그 학원 원장실에 상담하러 가서도 나와 엄마는 싸웠다.
발은 이만큼 담궜고, 납부 해 버린 비싼 학원비도 아깝고, 이왕 이렇게 된 입시 공부 외엔 할 것 없어서 안타깝지만 엄마의 의견이 100% 수용이 된 것이다. 그렇게 매일매일 느지막이 일어나서 밥을 먹고 학원으로 가서 밤 열 시 까지 있었다. 하다 보니 공부는 어렵지 않았는데 진짜 힘들었던 것은 수업 네 시간 빼고는 한나절을 홀로 지내는 것이었다. 하루쯤 째려 하니 ‘“얘가 의자에 잘 붙어있나……” 의심 할 엄마’가 생각나 간이 콩알만 해져서 엄두도 못 냈고, 막상 나가 놀 친구도 없었다.혼자가 불가피 해 버린 거다!
외로운 사투가 반년이 지나고 조금 더 느슨해도 될대학면접 준비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학원수업 전 후로 야무지게 놀러 다녔다. 누구도 만나고, 하고 싶었던 것도 하고. 마음 한 켠에는 공부를 더 해야 하지 않을까 먹먹 했지만, 걱정보다는 내 갈증이먼저였나 보다.
아이러니 하게도 큰 걱정 이었던 공부 문제는 내 외로움에 묻혀서 걱정도 아니었고, 딱히 할것도 없고 가만 앉아있으면 심심해서 숙제도 다 해버리고, 단어도 외웠다. 또,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긴 했지만 맛을 더 정확히 알 수도 있었다. 혼자는, 남 눈치를 안 봐서 더 편하기도 했다. 속으로 나랑 대화도 하면서 내 소심의 끝도 보고, 내 적극성의 끝도 봤다. 혼자 생각에 생각을 거듭 하면서 지난 일들이 소중히 느껴지기도 했고, 한발짝 나와 있으니 더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었다. 고작 6개월 정도지만 그래도 혼자 하는 것 들에 관해서는 좀 알겠다. 혼자 걷고, 혼자 밥 먹고, 혼자 대화하고, 혼자 커피 마시고. 이제 도전할 것은 혼자 술 마시기! 입시 준비 생 딱지를 떼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니, 같이 하는 것에 다시 익숙해졌다. 그래도 혼자 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는 것을 보면 혼자 있을 적에 배운 것들을 아주 잊지는 않은 것 같다.
이제 나는 혼자 있을 때 물었던 희미한 의문들을 해결 하고 싶다. 해결이 어렵다면, 구체화 하고 싶다. 그 과정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되어야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여럿으로 돌아 갈 것이다!
어른들에 비해서는 내 경험치가 얼마 되지 않지만 혼자의 과정도, 죽을듯한 입시의 과정도 결국엔 끝났으니 이젠 뭐든 지금 어려운 상황들이 이 또한 지나가리다 생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내 입시는 아주 실패하진 않았고 어찌 보면 오히려 더 잘 된 결과가 나왔다. (놀면서 공부했던 면접 준비는 막상 까보니 하나도 소용이 없더라.)
(혼잣말)아무리 혼자를 알더라도 이성 친구는 생겨야겠다……
[ⓒ월간신상하& http://kpaf.kr / 신상하 기자 mandyshin1329@gmail.com/기사는 그대로, 재배포는 맘대로!]
'월간내이름 > 월간신상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간신상하_4호]신상하, 충격고백! 알고보니! (0) | 2013.07.13 |
---|---|
[월간 신상하_3호]교수님 사랑해요 (0) | 2013.04.30 |
[월간신상하_2호]대학 가지 말라고 누가 그러디? (0) | 2013.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