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배를 접는 시간> 부산 북콘서트
일시 : 2013.8.7(수) 19:30
장소 : 추후공지
인터뷰 일시 : 6월 5일 16:00
인터뷰 장소 : 미디토리 사무실
김은민, 박지선, 허소희 : 세상을 담는 이야기공장 '미디토리; 활동가
책이 많이 팔렸어요? 집계가 되나요?
허소희 출판사에서 말을 안해주고 있어요, 실망할까봐.(웃음) 일간지나 노동뉴스에 다뤄지고, 적극적으로 구매해주시길 바랬는데 생각만큼 잘 안되요. 하루 10권씩 정도만 팔리고 있어요.
필진이 4명으로(오도엽 작가 포함) 표기 되어있어요. 집필방식을 어떻게 했나요?
허소희 저희 세 명이 영상 미디어활동가잖아요. 함께 촬영하고 보고 한 것들을 세명이서 전체 분량을 나눠서 썼어요. 한 사람이 정리 작업을 하고, 우리가 새내기 작가니까 오도엽 작가께서 전문적으로 다시 봐주셨어요.
김은민 이음새, 매음새를 봐주신 다든지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셨죠.
미디토리 활동으로 매우 바쁜 걸로 알고 있는데 언제 이렇게 집필까지 했어요?
허소희 한진 분들이 노사합의 끝나고 재취업기간 1년 동안 희망버스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라는 의지가 있으셨거든요. 저희한테는 노조에서 만드는 두꺼운 투쟁 일지 식으로 제안이 들어왔어요. ‘현재-과정-평가’ 이런 식을 요구하셨거든요. 근데 희망버스라는 대중적인 흐름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하는게 좋지 않겠냐고 다시 제안드려서 이런 책으로 나왔어요.
김은민 투쟁 백서 같은 걸 원하셨는데 저희가 얘기하는 도중에 새로운 의견이 나왔죠.
허소희 한진 분들 안에서도 말이 많았어요, ‘왜 굳이 이런 걸 하노, 돈 많이 든다.’ 이러셔서 책 많이 팔아드린다고 했는데 그건 안 지켜드린 것 같고.(웃음) 이 책을 만들면서 정말 많은 자료들을 취합했거든요. 일지로 정리하는 사업도 아직 남아있어요.
김은민 내부적으로 소장하는 용으로.
_허소희
허소희 책을 읽어보니까 어땠어요?(오히려 역질문)
얼마 전에 서울 가는 중에 기차에서 읽어요. 사실은 한진 투쟁에 몇번 안갔어요. 희망버스 때 두어 번 가고, 소식으로만 듣고. 근데 현장에서 누가 발언을 하면 집중을 잘 안하는 나쁜 습관이 있어요. 그런데 책에는 연설내용이 텍스트로 들어가 있으니까, 현장에 갔어도 흘려들었을 이야기들을 책으로 읽으니까, 눈물 흘리면서 봤어요. 그런데서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참여를 못한 사람들이 글로 접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은민 그러니까요 일반인들도 봐야 되는데.
전국적으로 많은 현장들이 있는데 이런 걸 어떻게 알려야 될까하는 생각도.
허소희 한진 아저씨들도 약간 '우리는 그래도 복 받은 사업장’이라는 생각이 있으셔서 적극적으로 알린다든가 그러시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는 이제 그만해야지’ 이런 마음.
이 책을 쓰면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내용은?
허소희 저는 이 책에서 제일 슬픈 부분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을 내려온 후 병원에서 연극치료를 했거든요. 치료사 선생님이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한 동작을 해보라니까 이렇게 해요(두 손과 팔을 흔드는 동작). 그리고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군가요라고 질문했는데 ‘지금 감옥에 있습니다’, ‘그게 누군가요?’, ‘송경동’ 이러셨다고 해요. 저는 그 부분하고, 송경동 시인 선고공판 때 은민 언니가 취재를 갔었거든요. 송경동 시인이 김진숙 지도위원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울거든요. ‘어린 소녀는 월사금을 못내서 학교를 못나가고...’ 이런 내용으로. 저는 그 부분이 제일 맘이 아팠어요.
김은민 저는 그런 재판 처음 봤어요. 재판도 처음 간 거지만 모두 진술 할 때, 마지막으로 변론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하대요. 사람들도 그러든데 재판에서 이렇게 울면서 진술하는 일이 잘 없대요. 진짜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이건 완벽하게 세팅된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신참내기 검사를 세워놓고, 말도 안 되는 변론을 하는. 그때 모두 진술하는데 이게 뭐지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주변에서는 검사보고 욕도 하고 그랬어요. 어쨌든 실제로 글 적으면서도 많이 느끼지만 현장에 느꼈었던 걸 풀어내는 거니까 현장에서 느낀 게 더 커요.
_김은민
박지선 저도 비슷해요. 그 현장에서 부당하다고 느꼈을 때의 감정이 해설된 부분들. 저희는 한참 싸울 때는 주야로 돌아가면서 85크레인 맞은편 아파트 안에 들어가서 카메라로 계속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혹시나 용역들이 침투하거나 도발하지 않을까 감시하고, 크레인 위에서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계속 주시했었어요. 사람들이 지지방문 하러 오거나 노동자들이 핸드폰 연결을 해서 서로 안부를 묻는 것 같이 투쟁현장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상들이 그 당시에는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글로 꾹꾹 눌러진 기록들을 보니까 확 다르게 느껴지는 거예요. 투쟁이 일상화된 공간을 떠오르게 해주는 지점, 그 중에서도 가장 우리한테 강하게 다가왔던 게 땡볕에서 희망버스를 기다리며 종이배를 접는 노동자들의 모습이었어요. 그래서 제목도 그렇게 정한 거예요.
허소희 또 기억나는 건요. 은민 언니가 적은 부분인데, 1차 희망버스 기다리면서 가대위(가족대책위) 엄마들이 1차선에 앉아 있잖아요. 애기 젖도 먹이고. 근데 매일 인사하는 경비아저씨에게 물 좀 달라고 하니까 물도 안주고. 저는 그때 가대위 분들이 땀 흘리면서 기다리시던 모습이 생각이 나요.
다큐영화 <버스를 타라> 후속작을 만든다고 하는데 제작의 취지는 뭔가요?
김은민 이것도 책임감 비슷한 건데, 책은 글로 보여주는 거고 이건 노동자에 초점을 맞춰서 과거부터 한진 노동자들이 어떻게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고, 어떻게 생활했으며, 회사의 압력으로 인해서 변화되는 과정을 쭉 그린 다큐멘터리예요. <버스를 타라>는 잠깐의 투쟁을 기록만 했고 심층적으로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이런 것은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서 한진중공업 노동자에 초점을 맞춰서 형님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런 계획이죠. 완성목표는 올해 7월에서 9월 사이예요.
작업하면서 각자 개인적인 의미도 있을 것 같아요. 나에게 <종이배를 접는 시간>이란?
김은민 저희도 이 투쟁을 영상으로 기록하고는 있지만 어떻게 바라봐야 되는지 정리를 못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이 책으로 정리가 되는 거예요. 내가 처음 이 투쟁을 기록하고 처음으로 용역이 투입되는 걸 보는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영상 안에서는 다 표현하지 못한 게 정리가 되더라구요.
박지선 저는 사실 이런 기획을 의도하지 않고 일단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게 우리의 습성이었다면, 책 만드는 작업을 해보니까 실제로 영상이든 텍스트든 좀 더 촘촘하게 그 시간과 공간들을 기록으로 남겨놓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는 두루 뭉실하게 일단 몸만 먼저 갔다면 기왕 간 거 그 시간과 공간, 사람에 대한 기억을 좀 더 촘촘하게 기록을 하자, 이런 걸 많이 배웠던 시간이었고. 책이 되었든 카메라가 되었든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고 동료들이 있고 그런 게 참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또 그걸 결과물로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고 그랬던 시간이었습니다.
허소희 저는 미디토리가 첫 직장이거든요. 저는 희망버스에 결합하면서 행복했거든요. 왜냐면 만약 이 회사에 안 들어 왔었다면 외롭게 저 혼자 현장에 갔을 텐데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과 카메라를 들고 앞에 서서 결합할 수 있다는 게 기뻤었구요. 많은 분들이 우리를 능력에 비해 과분하게 인정해주시고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도엽 쌤이 배는 만드는 게 아니라 짓는 거래요. 많은 인간의 노동이 집약되어있는 결과물이라고. 저희 책도 조금 조금씩 없는 힘이지만 모아서 책을 만들었거든요. 책에 이름은 안 나왔지만 같이 함께했던 동료들이 있어서 만들 수 있었던 것 같고 ‘함께’의 가치를 느낀 것 같아요.
박지선 미디토리 이름으로 찍혀서 그렇지 사실은 부산의 미디어활동가들이 많이 결합했었거든요. 정리해보니까 한 20명 정도? 그때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지킨 분들이 참 많은데 그분들이 드러나지 않는 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분들이 잘 기록해 놓은 걸 우리가 정리를 했을 뿐이거든요. 그분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고 플로그티비 동료들, 한진 이후에 활동이 뜸해졌는데, 다시 미디어 활동가들이 힘을 모을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어요. 그걸 좀 지켜봐주셨으면 좋겠고.
_박지선
6월 26일 창원 북콘서트 현장사진 http://meditory.tistory.com/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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