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곧 봄이 올 것이네.
첫사랑의 기억과 함께 그 나른했던 시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첫사랑 뿐이었네.
그 아이를 어찌 만났는지는 아직도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 다만 헤어진 것만 뚜렷하네. 봄이었네. 그 해, 계절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네. 나는 날마다 뛰어다녔네. 살인과 살인의 연속이었네. 어쩌다 한 번 보는 그녀의 얼굴에서 이미 첫사랑은 조금씩 도망치고 있었네. 나는 도망치도록 내버려두었네. 사랑은 세월이 흐른 후부터 천천히 발효되네. 그 세월까지는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으로 누구에게든 남아 있는 것이네. 그렇게 하다가 그 마지막 사랑이 첫사랑이 되는 것이네.
마지막 첫사랑. 수년만에 그녀를 만난 건 자취방 부근 아스팔트 위에 서였네. 늦은 겨울이었네.
나는 턱없이 술에 취해 있었네. 내 옆에는 친구들이 몇 있었네. 수근거렸네. 나는 그녀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말의 통로를 찾지 못해 쩔쩔맸네. 그녀에게 간신히 몇 개의 숫자들을 알아내었네. 나는 그 번호들을 적을 수첩도 연필도 없었네. 콘크리트 조각을 집어 아스팔트 위에다 적었네. 하얀 숫자들이 선명해 내 마음은 등불을 달은 것 같았네.
그게 다였네. 어찌 헤어졌는지는 생각하기 싫네. 술이 깬 나는 방안에 누워 전날 밤 그녀에게 받아 적어 놓은 번호를 생각했네. 그렇게 상쾌하고 기분 좋은 순간은 없었네. 나는 온몸의 힘을 짜네 그 길에 적어 놓은 번호를 확인하려 일어났네.
방문을 열었네. 하얗게 온 세상이 변해 있었네. 온천지가 눈이었네.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네. 그녀의 숫자도, 나도 그녀도. 첫사랑은 그렇게 눈 속에서 녹아 사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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