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엔, 당신은 참 예쁘고 대단해.
만나서 행복해 ...하하하하
나는 요즘 오산에 있는 이주여성 쉼터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쉼터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는 이주민들이 와서 자립할 때까지 머무는 곳이다.
사람이 많지는 않다. 지금은 네 가족이 살고 있다. 자녀가 있거나 혼자인 동남아시아 이주여성들이다.
1월 부터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녀들과 내가 시간이 맞을때마다.
첫번째 미술시간, 누군가를 만나러 가면서 그렇게 설레임이 있었던 것이 참 오랜만이었다.
기대와 걱정이 버무려진 설레임.
이유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베트남 여성과 이제 돌을 바라보는 쑤엔의 딸 미정과 베트남어를 전혀 모르는 내가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 휴대전화에 베트남어 사전을 다운로드 받아서 준비했는데 큰 도움은 안됐다.
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셋이서 2시간을 보내면서 있었던 마음 답답한 기분은 이주여성들이 느끼는 한국생활의 시작과 같을 거란 생각이 들어 견딜만 했다.
그리고 두번째 미술시간,
다행히 미정이 엄마 쑤엔이 잔업근무를 포기하고 우리와 함께 해줬다.
아기 미정, 쑤엔, 넝, 나.
쑤엔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녀는 아주 쾌활해서 초면이지만 우리가 왜 함께 하는지 잘 알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또, 엄마가 없을때 친해지기는 했지만 든든한 엄마와 함께 있는 미정이는 훨씬 더 밝고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오산이주여성 센터의 담당 선생님이 오셨다.
그녀들에겐 큰 언니같기도 하고 이모같기도 하고 친구같기도 하다.
세번째 미술시간, 조심스러운 탐색의 시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가지고 있던 접시에 그림을 그려넣어서 새롭게 사용하려는 거다.
알고보니 둘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망설임없이 접시에 그림을 그리는데 좋아하는 걸 하게되니 재미있었다.
그리고 미정이 엄마 쑤엔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사람들끼리 하는 흔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싱글맘이 되기엔 한국은 너무 낯선 나라고 그녀는 나이도 어리다. 스물다섯. 내눈에 그녀는 아직 그녀의 딸 만큼이나 어리고 예뻐보였다.
하지만 지금 딸을 혼자 키우게 되기까지 그녀의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안쓰러웠다.
난 쑤엔보다 아홉살이나 많은데
당차게 잘 살지만 외로울 그녀에게 뭔가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싶어서 머쓱하게 말했다.
쑤엔, 지금 힘들지 않은 사람이라면 우리가 이곳에서 만날 수가 없어. 당신은 참 예쁘고 대단해.
만나서 행복해.... (하하하하 그리고는 이렇게 아줌마 추임새를 넣었다. 중년의 아줌마들 중에는 말이 끝나면 이렇게 하하하하 웃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 웃음소리가 자기 뇌를 기분좋게 속이는 것 같아서 요즘 잘 써먹고 있다.)
[ⓒ먼데이 마일로 & http://kpaf.kr / 이윤정 기자 miloyun@naver.com/기사는 그대로, 재배포는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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